'매출액 31억' 논란에···'소녀상' 작가 김운성 "단가 얘기 무례하다"

송윤경 기자
2016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전’에서 포즈를 취한 김운성(오른쪽)·김서경 부부 작가.  | 이상훈 선임기자

2016년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전’에서 포즈를 취한 김운성(오른쪽)·김서경 부부 작가. | 이상훈 선임기자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 김운성 작가가 4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학교 교정에 설치됐던 소녀상 등에 저작권을 주장해 폐기하게 한 사실에 대해 “모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다. 교육 목적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더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상과 같이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창작물에 대해선 저작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일부 전문가 지적에 대한 항변이다.

김 작가는 또 ‘소녀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소녀상 비즈니스라고 하는 건 일본에서 나온 문제제기”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28일 조선일보는 김 작가의 소녀상이 한 점당 약 3300만원으로, 현재까지의 매출액이 최소 31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강원 태백문화예술회관 시계탑 앞에 방치돼 있는 태백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인 김운성 작가는 최근 이 소녀상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면서 ‘태백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 연합뉴스

강원 태백문화예술회관 시계탑 앞에 방치돼 있는 태백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인 김운성 작가는 최근 이 소녀상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면서 ‘태백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 연합뉴스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인 김운성 작가는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최근 정의기억연대 사태와 맞물려 ‘이윤 챙기기’ 논란이 불거진 소녀상 사안에 대해 이같이 항변했다.

김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강원도 태백시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 측에 저작권 위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 “거기서는 창작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희는 이 부분(제작 과정)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고, (저희는) 계속 평화와 통일과 인권 쪽에서 작품을 해 왔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컨셉이 우리가 했던 것하고 거의 비슷한 상태에서 창작을 했다고 말씀하셔서 그러면 저희들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과거에도 ‘소녀상’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해 폐기케 한 적이 있다. 2013년 서초고등학교가 자체 예산 600만원을 들여 만든 소녀상이 김 작가의 저작권 주장으로 한차례 폐기된 사실이 지난 3일 조선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학교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른 도안으로 소녀상을 다시 제작해 저자권료 없이 다른 학교들에게 전달했다. 또 폐기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전남 광주에 세워진 소녀상에 대해서도 김 작가 측이 저작권을 주장하며 항의를 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노영희 변호사는 “상징성을 지닌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흔치 않고 특히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서까지 저작권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는 일부 전문가 주장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모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다. 저희들은 저작권 등록을 했고, 교육목적이라고 해서 그런 것들(저작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교육목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저작권)을 더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의 것을 도용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면서 “한국사회가 과연 창작을 보호하고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인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소녀상. |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소녀상. | 우철훈 선임기자

진행자가 ‘작가님의 평화의 소녀상이 한 점당 3300만원으로 너무 비싸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학교와 지자체 등에서 얘기가 나온 점을 언급하자 “예술적 가치에 대한 판단을 재료와 단가로 하게 되면 예를 들어 피카소, 이중섭 선생 등의 작품에 대한 창작 단가, 광화문의 세종대왕상이나 이순신 동상 단가를 얘기하면 어떻게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간의 소녀상 판매기록(정의연 홈페이지 자료 기준 최소 95점)을 볼 때 매출액이 31억에 이르러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엔 “2011년에 제작해서 현재까지 온 것”이라면서 “2011년에 평화의 소녀상을 정말 소중하게 어렵게 제작했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그러면서 “‘소녀상 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부터 나오고 있다”며 “이 문제제기를 한 곳이 조선일보”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역 앞 소녀상. |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역 앞 소녀상. | 우철훈 선임기자

2017년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 시내버스 5대(151번)가 운행되기도 했다. 당시 한 시민이 평화의 소녀상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017년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서울 시내버스 5대(151번)가 운행되기도 했다. 당시 한 시민이 평화의 소녀상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원가를 묻는 질문에는 “조선일보에서 이야기했던 부분과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고 답했다. 김 작가는 그러면서 “그렇게 제작 단가와 재료를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 사실 불쾌한 부분들이 있다. (재료와 단가 얘기엔) 저희들이 일을 하는 과정이 빠져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은 무례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노영희 변호사가 “소녀상 제작 수익은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한다고 했는데 공시상 기록으로는 2018년에 6870만원 기부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더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하자 그는 “2016년 작은 소녀상을 굉장히 많이 제작해서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답했다. 그는 “2015년 (정부와 일본의) 엄청난 잘못된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작은 소녀상을 제작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그 수익금을 전부 다 기부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인계좌 모금 논란 등에 대해선 “계좌 같은 것은 모르겠다”면서 “윤미향 의원은 저를 감동시켰다. 사람들에 대한 말투, 사람들 대하는 모습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감동을 줘서, 그 이상의 것을 저한테는 많이 줬다. 그래서 저는 그분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운성 작가는 현재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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