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역사수정주의 최우선한 아베 정권,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내팽개쳐”

2019.09.03 22:33 입력 2019.09.03 22:35 수정

한·일관계는 왜 악화됐나

대법원 판결에 수출규제로 대응, 안보상 재검토라며 기만

한국 멸시·배외주의 부추겨 지지층 결집, 미디어도 동조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 “역사수정주의 최우선한 아베 정권,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내팽개쳐”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공산당 위원장(65·사진)은 “역사수정주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잇초메이치반치(一丁目一番地·최우선사항)”라며 “한·일관계 악화는 역사수정주의로 위안부나 징용 문제 등을 내팽개쳐온 귀결”이라고 말했다.

시이 위원장은 “아베 정권이 이웃국가를 모욕하고 배외주의를 부추기며 지지를 굳혀왔는데 최근 북한이 잘 안되니까 한국에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 사회의 ‘반한’ ‘혐한’ 기류에 대해선 “정치가 한국에 대한 멸시와 배외주의를 부추기고 미디어가 동조한다”면서도 “이웃국가를 적대시하는 게 좋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일본공산당은 1922년 창립 때부터 일본의 침략전쟁에 반대해온 진보정당으로, 현재 중의원 12석, 참의원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부터 위원장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그를 지난 2일 도쿄 센다가야 당 본부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일관계가 악화됐다.

“아베 정권에 원인이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할 책임을 방기하고,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계속했다. 대항조치로 수출 규제를 사용, 정경분리 원칙에 반하는 금지된 수를 썼다. 그래 놓고 안보상 수출관리 재검토라고 말했다. 기만적 태도다. 근본 원인은 아베 정권이 식민지배 반성을 내팽개쳐온 것이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1990년대 후반 식민지배 반성을 말했다. 당시 아베는 역사수정학파의 젊은 선두로 역사를 바꿔 쓰는 것, 전쟁은 옳았고 이를 수행한 일본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데 주력했다. 2015년 아베 담화에서 한국 식민지화를 진행한 러일전쟁이 식민지배에 고생하는 아시아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거꾸로 말했다. ‘백흑’을 ‘흑백’이라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했다. 역사수정주의를 반복하면서 위안부든 징용 문제든 정직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게 지금 문제를 낳았다.”

- 일본 국민들의 지지가 높다.

“정치가 한국 멸시와 배외주의를 부추기고, 미디어도 동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 끝이라지만,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7년 중국 강제연행 피해자 재판에서 개인청구권이 실체적으로 소멸되는 게 아니라고 해서 니시마쓰건설이 화해하고 배상금을 지불했다. 중국에서 된 게 왜 한국에선 안되나. 한·일 정부와 최고법원이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데 일치하고 있다. 이걸 중시해 민간 소송을 정치 문제로 확대하지 말고 피해자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

-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까.

“아베 정권은 일관되게 이웃국가를 모욕하고 배외주의를 부추겨 자신의 지지층에 어필하고 지지율을 올리려고 했다. 예컨대 한국에 대한 중재위 요청 답변 시한을 참의원 선거 직전으로 정했다. ‘미에미에’(의도가 훤히 보임)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이고, 그런 방식에 미디어가 동조하는 것이 큰 문제다. 정치가로서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아베 총리는 줄곧 그것을 해온 정치가다. 지난 총선거 때는 북한을 ‘국난’이라고까지 하면서 중의원을 해산했다. 북한 문제를 실컷 이용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노선으로 가면서 지금은 그게 잘 안되니까 다른 곳(한국)으로 가는 거다. 다만 그런 것이이상하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최근 (경제보복) 행위는 일본 스스로 목을 죄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경제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내에서도 이성과 양식의 목소리가 점점 넓어질 거다.”

- ‘혐한’ 분위기가 번진다.

“일본에도 바로 된,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다. (혐한은) 정치가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침략전쟁을 어느 정도 반성하고 있다. 다만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은 전쟁에 대한 반성보다 엷다. 36년간의 한반도 지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본 사실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전쟁을 한 것은 나쁘다는 일본인 중에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논의가 어디가 잘못됐는지 하나하나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서도 아베 정권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일은 곤란하다.”

- 아베 외교를 평가한다면.

“아베 외교에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으냐. 사방팔방 막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대로 무기를 대량구매하고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등 미국 종속외교가 극에 달했다. 러시아에 아양 떠는 듯한 외교는 실패했다. 한국에 대한 공갈외교도 파탄했다. 아베 총리는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라고 얘기하지만 지구의에서 ‘모기장 밖’ 외교다. 대북 외교도 대실패이지 않나. 지금까지 압력 일변도였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에 대한 반성을 빼고 (북한에) 대화하자니까 안되는 거다. 게다가 아베 총리가 힘을 실은 원전 수출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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