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프랑스 상원의 ‘성노동 전면 비범죄화’ 입법안: ‘노르딕 모델’과 성특법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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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일갈등타파연대 작성일 26-05-16 20:30본문
[논평] 프랑스 상원의 ‘성노동 전면 비범죄화’ 입법안: ‘노르딕 모델’과 성특법의 대안
최근 프랑스 상원에 제출된 성노동 전면 비범죄화 법안(‘성노동의 법과 정책 2026’ 프로젝트 결과물)은 지난 10년간 프랑스가 시행해 온 이른바 ‘수요 억제 모델(노르딕 모델)’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이자 정책 수정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 일각과 여성계는 성구매자만 처벌하고 성판매자는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이 노르딕 모델을 선진국형 대안인 양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프랑스 상원의 입법 움직임은 노르딕 모델이 내포한 구조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금지주의 법 제도가 당사자의 안전과 국가 공동체의 보건·치안 체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성매매 구조를 규제하는 현행 성매매 특별법(성특법) 역시 제정 당시부터 현실적 우려와 사회적 논쟁 속에서 도입된 도덕주의적 성격이 강한 입법이었다. 법이 제정된 2004년 말 당시 주요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이를 명백히 증명한다. 당시 한겨레신문조사에서 국민의 63%가 성특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조선일보 조사에서는 "강력 시행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62.66%에 달했다. 특히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무려 85.9%의 국민이 "음성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단순 억제책이 가져올 ‘풍선 효과’를 정확히 예견했었다.
이처럼 대다수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금지주의 정책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단속 중심의 법 집행은 성매매 시장을 주택가, 온라인, 변종 업소 등으로 더 깊숙이 숨어들게 만들며 공권력의 관리·감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성특법이 가져온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국가 보건 체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에이즈(AIDS) 연간 신규 환자 수가 35% 감소하는 동안, 강력한 금지주의를 고수한 한국은 오히려 신규 환자가 4.65배나 급증하는 이례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219명에 불과했던 신규 환자가 성특법 시행 이후 음성화가 고착화되면서 1천 명 이상 발생(2015년 1,018명)하는 등 공중보건 차원의 예방·관리 체계가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 내에서 한국과 일본은 성산업 규제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 왔다. 한국이 국가 권력을 동원해 성적 자기결정권과 시장을 원천 봉쇄하려는 경직된 금지주의에 갇혀 보건·치안적 부작용을 자초하는 반면, 일본은 일찍이 현실적인 독특한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일본은 성풍속영업법 등을 통해 성매매의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제하되,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정한 풍속 산업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법적 관리 하에 위생·안전 문제와 종사자 보호를 제도권 안에서 다루려는 현실적 접근으로, 한국의 경직된 금지주의와 정책 철학의 차이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노르딕 모델 역시 “서비스 제공은 합법이나 대가 지급은 범죄”라는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과 비판에 직면해 왔다. 자발적 성노동과 인신매매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성노동을 동일한 피해 구조로 간주한 결과, 현장 안전 악화와 시장 음성화 등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이다.
이번에 프랑스 상원에 제출된 새 법안은 성노동을 특수 예외 영역으로 두지 않고 형법과 노동법 체계 안으로 통합하려 한다. 성노동자들의 현장 경험과 의견을 반영해 성 구매 처벌 등을 폐지하는 대신 인신매매·강제노동·갈취 등 ‘실제적 착취 행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착취가 없는 성노동은 노동법상 ‘합법적 경제활동’으로 인정해 차별 금지와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성노동자를 일방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진 사회적 주체로 인정하려는 정책적 전환이다.
도덕주의와 규제 일변도에 매몰된 성특법 체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인신매매·미성년 착취·강압적 성착취는 성노동 논의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욱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비범죄화는 무규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성화된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여 보건·안전·노동 기준을 적용하자는 현실적 접근에 가깝다. 정부와 국회는 한계를 드러낸 억제 중심의 금지주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도덕주의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철저한 ‘인권 기반’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2026년 5월 16일
한일갈등타파연대연구소 (한타련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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