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련 논단 제2호] 수탈의 문법: 서구의 야만과 일제의 실증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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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일갈등타파연대 작성일 26-03-14 18:30본문
[한타련 논단 제2호] 식민주의의 문명사적 해부 (2)
수탈의 문법: 서구의 야만과 일제의 실증적 비교
비교 없는 고통은 독단이 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식민지 기억은 이성적 분석의 영역을 벗어나 집단적 성역이 되었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거세된 고통은 객관성을 잃고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흐르기 쉽다.
진정한 성찰은 우리가 겪은 시련을 인류 제국주의사(史)의 거대한 파노라마 속에 놓고, 무엇이 보편적 속성이었으며 무엇이 일제만의 특수성이었는지 해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9세기 서구 열강과 20세기 초 전체주의 정권이 보여준 수탈은 인간의 도구화를 넘어 ‘존재의 부정’에 도달했다. 상징적인 몇 가지 사례를 보자.
· 독일의 나미비아 (헤레로·나마족 제노사이드): 1904년, 독일 제국은 저항하는 당시 남서아프리카 원주민들을 사막으로 몰아넣고 퇴로를 차단한 채 물과 식량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헤레로족 인구의 약 80%(약 6만 5천 명)와 나마족 인구의 50%(약 1만 명)가 절멸했다. 이는 근대적 행정력이 '종족 제거'라는 목적으로 사용된 인류사 최초의 조직적 인종청소(Genocide)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 영국령 인도의 벵골 대기근: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전시 비축 식량 우선 정책으로 인해 벵골 지역에서 약 200만~300만 명이 아사했다. 당시 윈스턴 처칠은 식량 지원 요청을 거절하며 인도의 인구 증가를 조롱하는 등, 제국 유지의 논리 앞에 식민지 민중의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았다.
· 벨기에의 콩고 (레오폴드 2세): 19세기 말 벨기에는 천연고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원주민들의 손목을 절단하는 등, 국가 경영이 아닌 '개인적 도살장'에 가까운 통치를 자행했다.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감소는 행정적 지배가 아닌 생물학적 파괴의 결과였다.
· 소련의 홀로도모르 (인위적 대기근): 1932~1933년, 스탈린 정권은 우크라이나의 집단 농장화에 저항하는 농민들로부터 씨종자까지 수탈하여 약 350만 명에서 700만 명을 굶겨 죽였다. 이는 정치적 복종을 위해 '기아'를 무기로 사용한 구조적 살인이었으며, 피지배층을 제거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한 전체주의의 극치였다.
위의 사례들과 대조할 때, 일제의 조선 지배는 '죽이는 통치'가 아닌 '살려서 부려먹는 통치'라는 독특한 성격을 띤다.
· 인구의 역설적 증가: 헤레로족이 80% 멸절하고 홀로도모르로 수백만이 아사할 때, 조선의 인구는 1910년 약 1,300만 명에서 1944년 약 2,5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일제가 조선을 단순한 약탈지가 아니라 제국의 '영구적 병참기지'이자 '신민의 거주지'로 기획했음을 증명한다.
· 내선일체와 정신적 예속: 일제의 잔인함은 신체를 훼손하는 원시적 방식이 아니라, 각종 문화통치를 통해 '조선인'이라는 자아를 지우고 '일본인'이라는 부품으로 개조하려는 고도의 정신적 폭력에 있었다. 서구가 '인종적 분리'를 선택했다면, 일제는 천황제 아래 '신민적 통합'을 선택한 것이다.
· 근대화의 이면: 일제는 제국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에 철도, 통신, 공장을 건설했다. 이는 수탈을 위한 하드웨어였으나, 동시에 조선이 근대적 산업 구조로 재편되는 물리적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서구의 소모적 플랜테이션 모델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벨기에의 콩고와 영국의 벵골, 독일의 나미비아, 그리고 스탈린의 홀로도모르를 외면하는 자는 일제 식민지기를 결코 객관화할 수 없다. 지구촌의 참담한 비극을 공부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상처만을 숭배하는 민족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쇼비니즘의 노예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는 이제 '무조건적 피해자'라는 편리한 심리적 족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제가 자행한 행정적 지배와 정신적 폭력을 세계사적 궤적 안에서 냉정하게 분석할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대가 요구하는 문명사적 결자해지다.
2026년 3월 14일
한일갈등타파연대연구소 (한타련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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