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비평] 용어혼란 전술 대응: 기표들 전쟁 너머 경계인의 초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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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일갈등타파연대 작성일 25-05-26 22:48본문
[문명비평]
용어혼란 전술 대응: 기표들 전쟁 너머 경계인의 초대를
현대 사회는 ‘기표(記標)들의 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표는 언어적 기호의 표면 형태인 소리, 글자, 이미지를 의미하나 이는 단순한 언어적 표식을 넘어, 권력과 이데올로기의 결정체다. 국가, 민족, 성별, 인종, 종교, 계급 등 모든 정체성은 기표를 매개로 형성되고, 이 기표들은 충돌하며 분열을 낳는다. 그 결과 우리는 타자를 적대화하고 배제하는 무수한 분리주의 속에 갇혀버렸다.
기표들의 충돌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구조를 재생산한다.
-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전쟁: 성 혐오의 기표 전쟁
현대 사회에서 ‘젠더’라는 기표는 섹슈얼리티의 복잡한 스펙트럼을 단순화하는 틀로 종종 악용된다. 특히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 세력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젠더 이분법에 가두며, 섹슈얼리티의 다양성과 개인의 주체성을 기만한다. 이는 젠더 정체성으로 포장된 성 억압으로 작동하며, 그 반대편에는 ‘인셀(결혼이나 성관계에서 배제된 남성)’이라는 집단이 급격히 성장한다. 인셀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남성으로서, 자신들의 불만과 분노를 ‘성 혐오’라는 기표를 통해 표현하며 반란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기표 전쟁은 더욱 격화되고, 혐오와 적대가 증폭된다.
-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특정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며 타민족을 배제하는 민족주의는 국내외에서 불안과 갈등을 조장한다.예컨대, 극단적인 민족주의(국수주의) 세력이 선동하는 한일 갈등에서 표출되는 역사 기억과 기념물 문제는 기표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이다.
- 디지털 공간의 기표 전쟁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해시태그(#MeToo, #BlackLivesMatter)와 같은 기호들이 사회운동의 상징이자 전쟁터가 된다. 이 기표들은 지지와 연대의 표시이지만, 동시에 혐오와 조작의 대상이 되며 사회적 분열을 증폭시킨다.
- 종교와 국가 기표
종교적 상징이 국가주의에 결합하면서, 특정 종교 집단이 사회의 다원성을 억압하거나 ‘정통성’을 독점하려는 시도가 늘어난다. 예컨대 1700년 전 니케아 체제에서 비롯된 교리와 제도가 현대 정치권력과 맞물려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 사회운동과 전시 상황의 변용
사회운동은 평상시와 전시(전쟁, 국가 비상상황)라는 극한 조건에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급진 페미니즘 단체인 페멘(FEMEN)은 평화시 반라의 퍼포먼스와 성적 억압에 대한 강렬한 저항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페멘은 급격히 소멸했다.
전시에는 ‘국가안보’와 ‘애국심’이라는 절대 가치 앞에 급진적 사회운동은 비현실적이며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힌다. 반라의 퍼포먼스와 같은 상징 행위는 전시에는 ‘국가 기강 문란’으로 간주되어 활동 공간이 봉쇄된다.
한국의 여성단체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좌우 양쪽 진영을 넘나들며 여성 권익을 주장하던 주류 여성단체들이,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좌파 진영에 고정되고 국수주의적 분위기 속에 포섭되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기표는 국가주의 및 이데올로기 하에서 재정의되고, 다원적 목소리는 소거된다. 따라서 전시는 사회운동 내부의 분열과 수축을 초래하며, 본질적 저항보다는 국가 권력과 민족주의의 도구로 기능하기 쉽다.
- 전시 급진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진영의 패닉
전쟁과 국가 비상 상황은 급진 페미니즘 운동의 소멸과 함께 안티 페미 진영의 동요를 초래한다. 우크라이나의 페멘이 전시 국면에서 급격히 사라졌듯, 이 현상은 반페미 세력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기존 페미니즘과의 대립 구도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해왔으나, 전시의 ‘국가주의’라는 강력한 기표가 등장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안티 페미니즘 진영은 자신이 지지하는 국가주의가 급진 페미니스트의 국수주의와 맞닿으며, 정치적으로 교차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케세라세라(Keserasera, 어떻게 될지 모른다)’의 심리 상태로 이행한다. 즉, 앞으로의 정세와 자기 입장에 대해 불확실성과 무기력을 체감하며,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현상 유지 혹은 체념의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안티 페미 진영의 내부 분열을 초래하며, 일부는 국수주의와의 정치적 연합을 시도하지만, 다수는 방향 감각을 잃고 표류한다. 결국 전시 국면은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모두에게 기존 기표 전쟁의 틀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과 위기를 동시에 안겨준다.
- 사회심리적 전망
사회 전체로 보면, 이러한 심리적 불안과 정체성 위기는 집단 간 혐오와 분열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권위주의적 기표에 대한 의존과 동조를 촉진한다. 이는 ‘안전’을 내세운 사회 통제 강화와 배제의 심화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향후 전망은 복잡하다. 경계인의 출현과 그에 따른 다원적 정체성 수용이 가능해지지 않는다면, 기표 전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사회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반면, 경계인적 시각과 대화가 확산된다면, 기존 기표의 ‘분리주의’를 허무는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이 열린다.
경계인은 이 모든 경계와 기표의 틈바구니에 서 있다. 그들은 정체성의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유동적이며 다층적인 존재를 자임한다. 경계인은 차이 속에서 공통성을 발견하고, 서로를 ‘타자’가 아닌 ‘동료’로 인식하려 애쓴다. 이는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 구축의 시도다.
경계인은 단순한 중립적 위치가 아니다. 그들은 소통과 대화의 다리가 되어, 기표 전쟁의 격랑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경계인은 권력의 경계를 해체하고, 배제와 혐오를 넘어 포용과 다양성을 실천하는 주체다. 정치적으로는 혐오적 표현 반대, 종교 간 대화 등과 같은 과제에 나선다.
기표들의 전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계인의 초대’를 거부할 수 없다.그 초대는 기표를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차별과 배제의 벽을 허무는 혁신의 문이다. 경계인의 길을 함께 걸으며, 다름과 공존의 새로운 사회를 함께 열어가야 할 때이다.
20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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