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해와 일본해: ‘영불해협’의 지혜로 소모적 호칭 갈등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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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일갈등타파연대 작성일 26-06-27 14:37본문
[논평] 동해와 일본해: ‘영불해협’의 지혜로 소모적 호칭 갈등 극복하기
한일 외교가 '호칭'에 갇혀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의 파트너사인 일본 '도쿠야마'가 자사 홈페이지에 '일본해(Sea of Japan)'와 '다케시마'를 표기해 논란이 된 사안은, 한일 양국이 처한 외교적 교착 상태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제적 파트너십이 작동해야하는 이면에서조차 여전히 과거의 영토적 헤게모니 싸움이 맹렬하게 진행 중인 것이다.
특히 바다의 이름을 둘러싼 이 제로섬 게임은 양국의 극단적 내셔널리즘을 자극할 뿐, 급변하는 다극화 세계 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나아가야 할 거시적 외교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인접국 간의 지명 분쟁을 해결하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다. 국제수로기구(IHO)와 유엔(UN)은 관련국 사이의 합의가 어려울 경우 '동시 표기(Concurrent use)'를 권고한다. 가장 모범적인 선례로는 영국과 프랑스의 '영불해협'을 들 수 있다. 영국의 '잉글리시 채널(English Channel)'과 프랑스의 '라망슈(La Manche)'는 서로의 자존심을 꺾지 않고 지도 위에 나란히 병기됨으로써 상호 존중의 표상이 되었다.
반면, 한국의 '동해'와 일본의 '일본해'는 서로를 지우려는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동해'가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광야에서) 노래처럼 한반도 중심의 상대적 방위 개념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지닌다면, '일본해'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권력의 향수가 낳은 잔재라고 볼 수 있다. 고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영불해협'과 같은 표기(예: Korea-Japan Sea)가 합리적 타협안이 된다.
국제사회는 이미 지명을 둘러싼 국가주의적 소모전에서 발을 빼고 있다. IHO가 새롭게 도입한 디지털 해도 표준 'S-130'은 바다를 특정 언어가 아닌 실용적인 '고유 식별 번호'로 관리한다. 이는 특정 명칭을 고집하는 행위가 현대 정보화 사회의 시스템 효율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술은 진보하여 이데올로기를 우회하는데, 언제까지 낡은 명분 싸움에 외교력을 낭비할 것인가.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제 텍스트 쟁취를 위한 감정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해 표기 문제 이면에 도사린 독도의 지정학적, 경제적 안보 이해관계를 냉철히 직시하고, 실질적 국익을 챙기는 실용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선례처럼 병기(동시 표기)를 공식화하거나, 미래지향적인 제3의 중립적 명칭을 향한 대범한 외교적 결단을 내릴 때다. 21세기 대항해의 서막은 지도 위의 글자 하나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문명사적 거대한 격랑 속에서 그 바다를 무대로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여는 것이다.
2026.6.27.
한일갈등타파연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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